이름이 사라지는 순간, 나도 사라지는 느낌
퇴직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과장님’, 모임에서는 ‘선배님’, 가정에서는 ‘엄마’, ‘아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이 모든 호칭은 사회적 역할에 따라붙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 나를 부르는 사람도 줄어들게 됩니다.
하루 종일 누구에게도 이름을 불리지 않은 날이 이어지면,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닙니다.
자아감 상실, 사회적 소외감,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요즘 누가 내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준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을 하는 노인들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녀 중 43%가 ‘하루 이상 내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정체성의 기둥이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통해 사회적 위치, 감정 상태, 자기 존중감을 유지합니다.
이름이 불리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스스로를 '누군가의 부속'으로 느끼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자주 불림 (지인, 사회활동) | 존재감 상승, 활력 유지 |
거의 불리지 않음 | 소외감, 우울감 증가 |
가명 또는 직책 중심 호칭 | 정체성 혼란, 역할 피로 |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일수록 이런 변화는 더 빠르게 찾아옵니다.
이름은 내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소리’인 것입니다.
사라지는 이름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 '한 줄 기록'
누군가 나를 불러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불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한 문장. 아주 짧아도 괜찮습니다.
그날의 기분, 날씨, 생각, 혹은 기억 하나를 기록하는 일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상의 루틴이 됩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 바람 냄새가 따뜻했다 | 감각의 기록 |
커피를 두 잔 마셨다. 나도 모르게 | 일상 속 무의식 인식 |
전화 한 통이 없었던 날, 생각보다 조용했다 | 고립감과 정서 확인 |
나는 여전히 일찍 눈이 떠지는 사람이다 | 자기 인식 회복 |
이런 한 문장이 쌓이면,
시간 속에 스러지는 내 이름 대신
‘삶의 단편들’이 내 존재를 다시 불러 줄 수 있습니다.
하루 한 줄 쓰기, 이렇게 시작해 보자
기록을 위해 거창한 다이어리나 일기장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매일’, ‘내 목소리로’, ‘아무 말이라도’ 쓴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초보자를 위한 1 문장 기록 루틴 예시입니다.
아침 | 오늘 하고 싶은 일 1가지 적기 | “오늘은 걷고 싶다” |
점심 후 | 느낀 감정 한 단어 쓰기 | “피곤하지만 기분은 괜찮다” |
잠들기 전 | 하루를 요약하는 한 문장 | “말없이 보낸 하루, 그래도 평화로웠다” |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됩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습니다.
기록은 감정의 정리이지 평가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다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방법들
한 줄 기록 외에도, 이름을 되찾는 실천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모임에 참여하기
‘박ㅇㅇ 어르신, 오늘도 오셨네요!’처럼
이름을 자주 불러주는 작은 소모임은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손글씨로 이름 쓰기
노트 첫 장, 일기 첫 문장, 메모지 맨 위에 내 이름을 써보세요.
아주 단순하지만, 정체성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스마트폰 메모장 자동 서명 활용
메모장을 열 때마다 “나는 김ㅇㅇ입니다”라는 문장이 뜨도록 설정해 두면
나 자신에게 다시 말을 걸게 됩니다.
실제 사례 - 이름을 다시 부르자 삶이 달라졌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78세 김용일 씨는 은퇴 후 12년째입니다.
처음 5년간은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역 복지관의 일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후,
그는 매일 한 문장을 썼습니다.
처음 쓴 문장은 이랬습니다.
“나는 김용일이다. 오늘은 김치찌개를 끓였다.”
지금 그는 그날 이후 쓴 문장 1,432개를 작은 노트에 담아두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가 지나면 나라는 사람이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아요.”
삶이 흐려질수록, 나를 다시 불러야 한다
노년은 많은 것이 줄어드는 시간입니다.
돈, 역할, 체력, 관계… 그리고 이름까지.
그러나 모든 것을 잃어도,
내 이름만큼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이름을 다시 부르는 행위는 감정의 닻을 내리는 일이고,
사라지는 자존감을 천천히 되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루 한 줄의 문장이 한 사람의 하루를 다시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다시 '나'라는 존재를 완성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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